대부(god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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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세례성사에서 한 아이의 대부가 되었다. 그다지 자격은 없는 몸이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한 아이를 위해 부끄럽게도 그 자리에 나섰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성당에 갔는데,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조금 심란해지기도 했다. 먼저 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음으로 인간에 대해… 성서에는 태초에 하느님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써 있지만, 누군가는 태초에 인간이 인간의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중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당 앞에 서 있는 마리아상을 보며 베시시 웃음이 났다. 마리아상을 둘러싼 노오란 나무들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다. 본당 앞에서 서성거리며, 어린시절 미사 드리는 시간이 힘겨워 들어가지 못하던 내가 떠올랐다. 스물 일곱 살이 되어서 그 시절이 내가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예비자들을 위한 안내책자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훔치듯 몰래 주머니에 넣었다. 테레사 수녀와 안중근 의사, 마틴 루터 킹에 대한 글들을 읽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글에 가슴이 떨려왔다. 왜일까? 평생을 읽어왔던 글귀가 아니던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지만 이상하게 전송이 되질 않았다.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성당에서 좀 떨어진 곳에 와서야 문자가 전송되었다.

미사가 끝나고 본당에 들어와 아는 얼굴들과 별 의미 없는 인사를 나누고, 세례성사가 시작되었다. 신부님은 펴놓은 글을 읽어내려갔고, 우리는 대답해야 할 곳에서 해야할 대답을 했다. 나도 이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부모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 아이에게 세례를 받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례받는 이의 부모와 대부모에게, 종교적인 것이지만 너무나 큰 책임이 지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 같다.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신의 보금자리 안에서 청소를 하며 사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로이드가 무신론자였던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언제쯤 망상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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