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무 살…

0 0
Read Time:1 Minute, 17 Second

요즘 홍대 다니던 시절의 공연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오래된 비디오 테잎을 열악한 장비로 캡쳐한거라 상태는 영 아니지만,
하나 둘 올리면서 옛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 일, 저 일 생각나는 사건들이 많지만,
내 마음 속을 가장 깊게 비집고 떠오르는 것은
스무 살의 내가 모든 것을 걸었던 2년이라는 시간이다.
처음 홍대를 가겠다 했을 때, 고3 담임이 ‘너 블랙테트라 할려고 그러지’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당시의 나는 ‘블랙테트라’를 알지도 못했었다.
그저 서울예전에 지원도 하지 못하는 내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고등학교 내내 꿈꿨던 음악에 대한 욕심 뿐이었다.

결국 꿈꿔왔던 밴드 생활을 위해 난 등록금도 날리고, ‘성적경고’라는 도장이 찍힌 성적표를 두 장이나 받았다.
하지만 정말이지 등록금과 성적표에 비할 수 없는 것들을 얻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내 모든 에너지를 뿜어낸 공연들과
내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최고의 팀과의 연주…
그리고 나의 사람들…
제리리 루이스나 지미 핸드릭스에 비할만한 뜨거운 무대의 주인공 도순이 형,
커트코베인의 기타를 에릭클랩튼의 수준으로 연주하던 내 또 다른 아버지 민홍이 형,
조용히 보이지 않게 우리를 걱정해줬던 재홍이 형,
차가운듯 따뜻했던 대홍이 형,
공연 직전에 소주를 먹이며 우리를 ‘내 후배’라 불러줬던 성준이 형,
준범 형, 재범 형, 관욱 형, 석훈 형, 지훈 형, 주희 형, 근철 형, 희선 형, 성권형, 원우 형, 성일 형,
그리고 내 사랑하는 동기들…

정말이지 내가 또 다시 그렇게 살아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그 모든 사람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 시절의 내가 있다.
난 아직 스무 살인데… 또 한 번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비디오를 보다가 카메라 가까이에 누군가의 어깨와 팔이 보였다.
초점은 나가 있었지만 난 민홍이 형이란 걸 알고 있었다.
오늘은 술 한 잔 해야할 것 같다…

Happy
Happy
0 %
Sad
Sad
0 %
Excited
Excited
0 %
Sleepy
Sleepy
0 %
Angry
Angry
0 %
Surprise
Surprise
0 %

Average Rating

5 Star
0%
4 Star
0%
3 Star
0%
2 Star
0%
1 Star
0%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