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CSI Las Vegas Season 1 Episode 23을 보는 중…
그리썸은 짤리고 다른 직원들의 의기투합이 시작되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여자의 고함소리…
홍대와 신촌의 밤은 늘상 그렇다.
아 금요일이구나…

창밖으로 간단한 차림의 여자를 몇몇 사람들이 택시에 태우고 있었고,
여자는 거부했고, 소리치고, 바닥을 딩굴렀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상황과 비어가는 담배갑, 고픈 커피…

편의점 앞에 앉아 그녀는 울고 있었다. 혼자였다…

‘오빠 담배 하나 있으면 주라…’

여전히 취해있었고, 난 그녀의 오빠가 되어 버렸다.
담배를 주고 불을 붙여주고 집을 물었다. 아현동이란다.
택시를 타고 아현동에서 내렸다.
잔돈 받을 정신도 없었지만, 그녀는 택시기사에게 시비를 걸었고,
늦게까지 운전을 한 아저씨는 참지 않았다…

그녀는 횡단보도 없이 4차선 도로를 건넜고, 난 따라갔다.
몸도 잘 못가누는 그녀는 업어 달랜다.
업어줬다. 힘들었다. 내려놨다.
그녀는 빵집 앞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박스 뒤에서 일을 본다.
건너편 식당 아줌마가 나와서 구경을 한다.
갑자기 소나기…

그녀는 33살이라고 한다. 난 31살이다…
그녀는 날 ‘자기’라고 불렀고, 난 그녀를 ‘지’라고 불렀다.
들고 있는 거라고는 핸드폰 뿐인 그녀는 다짜고짜 김밥 집에 들어간다.
쫄면을 사달랜다. 실랑이 조금하고 쫄면을 시켰다.
그녀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그런데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내 앞에 쫄면을 두고 지는 된장찌개를 먹는다…

그녀는 연변에서 왔단다. 한국에 온지 9년이 넘었다.
미용실에서 일하고, 난 그녀의 남자친구랜다…

그녀의 폰에서 몇 개의 번호를 알아냈다.
문자를 보내고 연락이 왔다.
남자였는데 데리러 올 수 있냐고 했더니,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요… 음… 여자분인데 잘 얘기해서 같이 술이라도 하시지 왜 그러세요?’

또라이다…
남자 목소리가 바뀐다.

‘누구신데요?’

왜 귀찮게 하냐는 듯한 그 새끼 목소리에 슬슬 짜증이 난다.

‘먼저 통화한 분한테 다 설명했으니까 데리러 오세요’

전화를 끊고 기다린다.

그녀는 내게 쫄면을 먹인다. 욕 잘한다.
그녀는 고향이 충청도, 난 외국인…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새끼가 데리러 올 것을 알려주자, 그녀는 말한다.

‘니가 뭔데… 주제 넘게…’

그리고는 남자 등장…

남자는 ‘고맙다’는 등의 예상가능한 말 대신 노려보기만 한다.
나와 그녀를 번갈아 노려본다. 씨발 뭐 이러냐;;
그녀를 넘겨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1시간 반은 훌쩍 지나갔다.

캔커피에 담배 하나를 문다.
비가 오락가락… 목요일, 금요일에 온다는 비는 시원치 않더니,
맑다던 토요일은 왠지 흠뻑 젖을 것 같다.
택시를 탔다.
택시에선 양희은 씨 목소리를 닮은 CCM이 흘러나오고,
나는 왠지 슬펐다…

신촌에 도착하자 예쁜 아가씨들이 많았다.
지하철역에는 두 아저씨가 자고 있고, 한 아저씨는 쓰레기 통을 뒤지고 있다.
그리고 집 앞에는 공주 스타일의 핑크 트레이닝복의 아가씨…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카테고리: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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